개인적인 일을 돌보느라 글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늦어버렸네요. 그래도 가끔 오시는 열혈 방문자들이 있는데.. 게으름 피워서 죄송합니다. ^^;;

한국에서는 정말 국토 전체를 뒤흔들만한 세종시 문제를 놓고 수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요?? 이곳 LA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논란거리를 낳고 있는 'Medical Marijuana Dispensary' - 의료용 대마초 판매소 - 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대마초'라는 이름이 들어가서 살짝 무시무시하게 들리고, 왜 이게 도시계획에 관계된 이야기일지 궁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살짝 "썰"을 풀기 시작해보겠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대마초는 금지약물입니다. 일반인들은 대마초를 소지하기만해도 형사상으로 처벌이 가능한 "마약류"입니다. 어디까지나 "일반인"들 이야기입니다. 그럼 "일반인"이 아닌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 근거로 소지가 가능할까요?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1996년에 제정된 Compassionate Use Act에 의거, 의사가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마리화나를 처방한 경우에는 마리화나 소지와 사용에 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합법'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저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서 썼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의사가 처방한 경우, 그리고 그 취득경위가 합법적인 경우에는, 마리화나를 소지하거나 흡입했다고 감방에 가는 사태는 피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조금 법률적인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의료용 마리화나의 Possession, Cultivation 그리고 Transportation을 용인해주는 법안이 바로 이 CUA 입니다. 

그럼 이 Compassionate Use Act of 1996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지요? 이 법안, 상당히 재미있는 법안입니다. 설명 들어갑니다. 


대충 읽어보셨나요? 요약해보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동성 연인이 AIDS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대마초를 사용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낀 Dennis Peron 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1991년, 이 사람이 주동이 되어서 Proposition P 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고 하네요. 주지사의 계속적인 거부권 발동과, 클린턴 정부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서 대마초 합법화 시도는 번번하게 좌절되었습니다. 이 상황에 짜증이 난  Peron은 1995년, 이 안건을 주민투표에 회부시키는 도박을 감행합니다.

이 도박이 먹혀들어갔습니다. 1996년, 찬성 55퍼센트, 반대 45퍼센트로 주민투표를 통과했고, 곧바로 "Compassionate Use Act of 1996"이라는 별칭이 붙은 California Proposition 215 -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215라는 이름의 법이 되어버렸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주민투표는 거의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주민투표에 회부시키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고, 통과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한번 통과하면, 그 후로는 거의 뒤집기가 불가능할정도로 막강한 도구입니다. 뒤집으려면, 거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뒤집을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동성결혼 반대안으로도 유명한 "Proposition 8"을 뒤집으려는 시도도 지금 연방법원에 계류중입니다)

자.. 그럼 이 법은 그냥 대마초 소지나 흡입을 허용하는거냐..?? 물론 아닙니다. 이 법안의 산파 노릇을 한 Peron의 이야기 기억하시지요?? 원래의 취지로는, 다른 의료적 방법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진통제도 듣지 않는) 환자들이 고통을 잊게 도와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게끔 도와주려는 착한의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공급할 자격을 취득한 업소를 Medical Marijuana Dispensary - 의료용 대마초 판매소 - 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옹호론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대마는 다른 마약과는 달리, 사용자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쉬운 말로 하면 '불쌍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잘 쓰면 괜찮다' 라는 말입니다. 

자, 그런데 문제는 항상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단, '불쌍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말 대마초의 힘을 빌어서만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라는 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원래의 의료용 마리화나의 사용을 허가한 가장 주요한 목적은, 말기 암 환자, 혹은 AIDS 환자 같은,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소생시킬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입니다. 그런데, 막상 법안이 통과될 즈음,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약간 이상한 내용들이 대상으로 추가됩니다. 

http://www.medicalmarijuana.net/ 를 보실까요? 하단에 보면, Uses and Treatments 라는 부분이 보이실겁니다. 여기 나와 있는 병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아래와 같은 병에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Arthritis - 관절염
  • Cancer and Chemotherapy - 암과 항암치료
  • Chronic Pain - 만성통증
  • Fibromyalgia - 섬유근육통
  • Glaucoma - 녹내장
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어떻게 '말기 암환자의 존엄성'과 '관절염환자의 존엄성'이 동일선상에서 취급될 수 있을까요? '만성통증'은 어떠십니까?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관절염환자가 의사 한명만 잘 구워 삶으면,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소지 혹은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면, 지금 내 맞은편에서 120 키로미터의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한 방 피우신 만성통증환자' 일 수도 있게 되어버립니다.  

하여튼, 이런 방식으로 '의료용 마리화나'의 대상이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습니다. LA 시 관내에 등록된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소의 숫자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5년 - 4곳 
2006년 - 98곳
2007년 - 186곳
2008년 - 481 곳
2009년 - 800 ~ 1,000 곳 (추정)

4년 사이에 250배 급증했습니다. 정말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늘어버렸지요. 저희 집 근처에도 한두군데 생긴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사건 사고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지요. 제가 사는 곳 근처에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쓰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지네요. 다음번에 이어서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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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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