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 고민아닌 고민을 조금 했다. 잠시 생각해본 결과, 아무래도 내가 그나마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첫 글은 새로운 창작이 아닌,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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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계시판이 있었는지는 잘 몰랐네요. 안녕하세요. 건설도시 95학번 졸업생 정광필입니다.

 

2003년 졸업하고,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구자문교수님이 박사학위를 받으신 대학입니다 - 소위 남가주대학이라고도 하지요) 에서 Master of Planning (도시계획 석사)를 졸업하고 지금은 Los Angeles County Department of Regional Planning에서 도시계획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계시판에 뭐라도 좀 적어보고 싶은데... 제 머릿속에 생각나는 거라고는 유학관련된 것 말고는 없네요. 도둑질도 알아야 해먹는다는데... 일단 아는 도시계획 관련 유학만 쓰겠습니다. 참고로 건축부분은 전혀.. 다릅니다. 다른 동문들이 나중에 업뎃을 하리라 믿습니다.

 

다들 유학간다고 하면 먼저 들여다보는게 있습니다. 바로 대학원 랭킹이지요. 랭킹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지만, 그 이야기에 앞서 먼저 '미국에서의 대학원 프로그램', 특히 도시계획분야의 대학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이해를 도울 것 같네요.

 

Professional School - 이 단어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계획 대학원은 바로 이 Professional School입니다. 미국의 수많은 대학/대학원 평가기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곳들 중의 하나가 U.S. News 라는 곳입니다. 미국 유일의 전국판 신문이지요. 이 신문의 대학원 평가 홈페이지의 가장 첫머리에 있는 말이 "Graduate and Professional School" 입니다. 한국어로는 다 같은 '대학원' 이지만, 영어에서는 엄밀히 다른 두 단어가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그냥 Graduate School이라고 합니다만)

 

Graduate school은 우리가 흔히 아는 대학원입니다. 걍 조낸 공부만 달리는 곳입니다. 그래서 주로 해당되는 과목들도 철학, 인류학, 언어학 같이 듣기만해도 잠이 쏟아져오는 단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도시계획도 이에 해당될 것 같지요?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이나, 공공시설입지론 같은 보성각 책에 나온 주제들을 보면 그럴 법도 하지만, 도시계획 대학원은 거의 대부분 Graduate School이 아닌 Professional School 입니다. 가장 알기 쉬운 Professional School의 예로는 MBA나 Law School들이 있겠네요. 정말 쉽게 쉽게 설명하면 직업학교입니다. 직업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직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오는 학교라는 뜻입니다. 즉, 대부분의 미국 도시계획 대학원은 전혀 학술적인 곳이 아닌(버제스.. 이런거 안 배웁니다)  "도시계획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 직업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오는 곳" 입니다. 어느정도로? 더도말고 덜도말고  2년 과정이 끝나고 관련된 직업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만 가르칩니다.

 

그럼 어떤 '지식' 혹은 '기술'을 배우느냐? 제가 Univ.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들었던 석사과정 수업들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Cross-Sectoral Governance (PPD 500)
  • Planning Theory (PPD 524)
  • Statistics and Arguing from Data (PPD 525)
  • Comparative International Development (PPD 526)
  • The Social Context of Planning (PPD 527)
  • The Urban Economy (PPD 528)
  • The Legal Environment of Planning (PPD 529)
  • Internaitonal / Local Laboratory
  • Planning and Economic Development Finance (PPD 625)
  • Local Economic Development: Theory and Finance (PPD 624)
  • Seminar in Urban Development (PPD 622)
  • Public/Private and Mixed Enterprises Planning (PPD 626)
  • Finance of Real Estate Development (RED 542)
  • Market Analysis for Real Estate (RED 509)
  • Designing Livable Communities (PPD 425)
  • Urban Demography and Growth (PPD 617)
  • Housing Facilities and Community Development (PPD 618)
  • Smart Growth and Urban Sprawl: Policy Debates and Planning Solutions (PPD 619)
  • General Plans (PPD 620)
  • Forecasting and Urban Planning: Survey of Theory and Methods (PPD 637)
  • Sustainable Cities: Problems and Policies (PLUS 611)

(http://www.usc.edu/schools/sppd/programs/masters/mpl/curriculum/ 참고)

 

주로 이런 과목들입니다. 주의깊게 보시면 '이론'이나 '지적자극'을 줄만한 과목들은 한 두과목에 그치고 나머지는 굉장히 응용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도시계획이라는 분야가 '지적추론'에 바탕을 두고 탄생했다기보다는 Local Police Power에서 출발했다는 점과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대학원에서는 전혀 다른 학부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제가 있던 기수만해도 철학, 문학, 역사, 사회학, 매스미디어 등의 학부전공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건축/도시계획을 학부에서 전공한 사람들과 거의 비슷했거나 조금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시 말씀드리거니와, 박사과정이 아닌 다음에야 - 박사는 전혀 다릅니다 - 석사과정의 미국 도시계획 대학원은 도시계획의 도자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2년동안 도시계획의 실제 응용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도시/지역계획 전공에서 가르치는 과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획이론
도시 및 지역분석 
기반시설론 
도시및지역경제학 
토지이용론 
계획법 
도시계획사 
공간구조론 
공공경제학 
조사통계론 
도시계획론 
도시개발 및 정비 
부동산론 
사회문화론 
국토및지역계획론 
토지주택정책 
도시사회론 
계획이론연구 
도시계획사연구 
토지및주택연구 
도시및지역계획연구 
지역경제론 
공간구조연구
국토및도시정책 
도시성장관리 
사회개발연구 
도시경제론 
도시개발연구 
지역정보분석론
(http://gses.snu.ac.kr/major/plan/class/ 참고)

한눈에 얼핏 보기에도 차이가 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아무래도 조금 이론중심적이고, 미국의 도시계획 석사과정이 이론 혹은 학술적 접근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습니다. 특히, 극명한 예로 들 수 있는것이 '돈' 관련 부분입니다. 미국의 도시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는 Finance - 즉 어디서 돈을 끌어와서 어떻게 쓰느냐 - 입니다. USC의 커리큘럼에서 Finance관련 과목이 4과목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합니다만, 서울대학교 과정에서는 한과목도 없네요. 분위기의 차이가 조금 짐작이 가십니까?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랭킹에 대해서도 좀 끄적거려보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진 관계로 Part II에서 다시 끄적거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