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다고 해놓고 하루 늦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려야겠네요. 그럼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Part I에 올린 LA Times 기사가 나간 후 몇일이 지나지 않아 다른 글이 LA Times 에 실렸습니다. 이번에는 기사가 아닌 Sandy Banks 라는 칼럼니스트가 올린 "Utopian ideals clash with gritty reality in South LA" - 유토피아적인 이상이 South LA의 생생한 현실과 충돌하다 - 라는 글입니다. 원문 링크입니다. 


프로젝트에 연관된 community meeting에 참석했던 Sandy Banks가 meeting 중간에 보았던 일로 시작하네요. 저는 이 첫 장면이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의 도발적인 제목도 이 첫 장면에서 잡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한번 간략히 줄여보겠습니다. 

세시간 가량의 프리젠테이션과 소그룹모임 후에 어떤 주민이 도시계획가 (Planner) 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창문에 안전막대 (Safety Bar) 가 없나요?"

그 그룹을 이끌던 건축가는 눈을 반짝이며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새로운 건축기법의 발달로 창문이나 문에 안전막대같은 것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요" 라는 식의 대답을 건넵니다. 

그러자 그 주민은 잠시 아내와 귓속말로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제 생각에는, 저는 그 비슷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더 마음의 안정을 느끼겠는데요" 라고 말합니다. 다시한번, 도시계획가의 이상이 생생한 저소득층 주거지역의 일상생활과 충돌합니다. 

여러분은 이 장면에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무식한 저소득층 주민 한명이 첨단 건축/도시계획 기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한 해프닝일까요? 아니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계획가/건축가의 실수였나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 볼 때, 개인적으로 후자에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조금 설명을 보태겠습니다. 

제가 이 Watt - Jordan Downs Housing Project 근처에서 일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5년 동안, 제가 참석했던 주민 공청회마다 주민들이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무엇있을까요? Walkability? Urban Design? New Urbanism? 대중교통? 아닙니다. 바로 "안전" 이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이 동네는 전 미국에서 살인사건 발생율로 1,2 위를 다투는 동네이니까요. (참고로, '어디서 날아왔는지 영문도 모르는' 총알에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을 두 사람이나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Noxious 한(멍청할 정도로 순진한) planner는 defensible space 나 읆어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 어느 planner 도 이 '안전' 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도 안했을 겁니다. 했더라도 제인 제이콥스의 이론으로 커버가능하다고 생각했을수도 있겠네요. 하여튼, '안전'이라는 사항은 분명 현란한 도시계획 기법의 홍수 가운데에 묻혀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천진난만한 낙관주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LA 시 주택국의 도시계획 director John King 이 뭐라고 '약속' 하는지 보시지요. 

"I think because of the focus on the people and the programs and the resources that are needed, that it's very much going to be a success," promised John King II, a planning director at the city's Housing Authority.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을 적는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바람에, 글을 적어내려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왜 분노를 느꼈을까요? 여러분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인근 지역에서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저로서는, 이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가 다른 사람도 아닌 planner 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도시계획을 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현실을 모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지요. 그리고서도 뻔뻔하게 presentation에 새로운 건축기법이나 도시계획기법만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었을 planner 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솔직해집시다. 우리 planner 들은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아니 어쩌면 '세뇌' 되었을지도 모르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new urbanism 이든, mixed use든, 아니면 지속가능한 개발이든, 그 지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모두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임을 항상 기억해야합니다. 또한, 도시계획가로서의 직업적 사명을 가지고 약자를 보호해야할 의무도 있습니다. 아랍 속담이던가요? "하늘의 별을 보고 걷다가 구멍에 발을 헛디디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되겠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LA Times 기사 전체는 그런 어리석음으로 가득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