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Los Angeles 에는 프로 미식축구 (NFL) 팀이 하나도 없습니다. 뭐 그깟 미식축구 팀 하나 없는 것 가지고 그러느냐.. 하실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만, 사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 제 2의 도시라는 LA에 NFL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상당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나 있기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Oakland로 가버린 Raiders 라는 팀이 있었습니다. 1995년에 Oakland로 연고지를 옮겼는데요. 사실 이것도 은근 재미있는게, 원래 이 Raiders는 Oakland에서 LA로 연고지를 한번 옮겼었던 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번 옮겼다가 다시 돌아간 셈이 되겠네요. 참.. 아무리 경제논리가 판치는 프로스포츠의 세계라지만, 조금 너무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배신감에 가끔 어느 식당에 가보면, "No Raiders Clothing"이라는 Dress Code 가 있기도 합니다. 

이 NFL 팀에 대한 갈증은 또 다른 측면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종종 캘리포니아 주지사 슈월츠제네거나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이 공개적으로 NFL 팀에 구애공세를 펼치는 뉴스가 있습니다. 그냥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기사가 하나 나오네요. 2006년에 작성한 ESPN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보시면, 84년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콜로세움 스타디움을 개조해서 경기장으로 쓴다느니..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실적으로, LA에 거대한 주경기장을 짓는다면,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사비가 들어가니까요. 

이러던 와중에, LA 인근의 City of Industry 라는 시에 새로운 경기장을 신축하는 것으로 대충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위치는 지도에 나와있습니다. 직선거리상으로는 LA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한번 차가 막히면 정말 대책없는 곳이라서 좀 꺼려지는 곳이기는 합니다만, 인근에 Ontario 공항도 있고, 아무래도 LA보다는 땅값도 저렴한 편이니까, 뭐 그리 나쁜 선택 같지는 않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 경기장 건설 프로젝트 공식 웹사이트인 http://www.losangelesfootballstadium.com/stadium 에 보시면 더 자세히 나와 있네요. FAQ 링크에 보시면, 도시계획가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Why get rid of hillside just for a football stadium?" 이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워낙 '산 깎고 강바닥 파는' 것을 대통령부터 주창하고, 많은 국민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그게 뭐 어때서?' 라는 반응이 나올만한 이야기인데요. 이곳 LA의 중요한 도시계획 이슈중의 하나가 바로 이 Hillside protection - 경사면 보호 라는 것을 감안하신다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Los Angeles County의 Hillside Management 프로그램을 잠깐 보실까요..??? 


훓어보시면, 이 Hillside Management 라는게 '주변환경의 시각적, 그리고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을 아실 수 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따지면, '무엇이 언덕의 경사면인가' 를 결정하는 방식부터 쭉 나와있지만, 그걸 다 과감히 줄이면 대략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능선에 새로운 건물이나 개발을 억제한다' 라는 말입니다. 만일 개발을 하려고 하면, 상당히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치게 해 놓았습니다. 개발 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지요. 

Hillside에서의 소규모 개발은 이렇게 억제하는데, 이 미식축구 경기장은, 그 소중한 Hillside를 거의 깔아뭉개면서도 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웹사이트의 설명은 사뭇 건방지기까지 합니다. 

The site already has an approved EIR for 4.7 million square foot industrial, office and retail project and the site is going to be developed. Portions of the site have already been graded. We will be reducing the overall development on the site to accommodate the new stadium from 4.7 million to 2.9 million square feet. 

'이미 환경영향평가 허가를 받았다' 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습니다만, 저에게는 '니들이 뭐라고 하든, 이미 허가났다' 로 들리네요. 왠지 조금 입맛이 씁니다. '대마불사'라는 말, 아시지요? 최근에 회자되었던 영어 표현으로는 Too big to fail 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런 표현은 정치판에서나, 아니면 돈놀이에 여념없는 월스트릿에서나 쓰는 말로 생각했는데, 도시계획판에서도 많이 쓰네요. 

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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