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뉴스에 의하면, 올해의 엘니뇨 현상이 역사상 가장 강한 엘니뇨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 덕분인지 요 몇일동안 미국 동부는 기록적인 폭설에, 이곳 서부의 LA는 때아닌 폭우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폭우라고 해봤자.. 한국에서 매년 보는 장마철 게릴라성 집중호우에는 별로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사막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는 거의 '물폭탄' 수준입니다. 

요즘 LA Times의 비소식에 꼭 빠지지 않는 지명이 있습니다. La Canada 라는 동네인데요. Descanso Gardens로도 잘 알려진 동네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La Canada-Flintridge 라고도 부르는 이 동네는 LA 인근의 집값 비싼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한인들도 꽤 많이 모여사는 동네이기도 하구요.  


지도를 첨부하고 싶었는데, 웹 브라우저가 방해하네요. 하여튼, 위의 친절한 구글지도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이 동네는 Angeles National Forest라는 산자락에 앉아 있습니다. 

미국 뉴스에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은 지난 여름 LA를 강타했던 Station Fire - 스테이션 산불에 대해서 기억하실텐데요. 혹시 기억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글 뉴스 하나 첨부합니다. http://www.nykorean.org/haninsoc/usakorean/1835

이 산불의 규모가 그래도 상상이 잘 안 되시나요? 이  플래시 파일을 한번 보세요 

현장의 생생한 사진은 여기 올라와 있네요 - http://www.latimes.com/news/local/la-me-bigpicturefire,0,5985825.htmlstory

사진의 설명에도 나와있지만, 소방관 두 명이 숨지고, 윌슨 산의 라디오 중계탑과 천문대를 생사의 기로에 몰아넣었던, 정말 큼지막했던 산불입니다. 일설에는 방화라고도 하는데, 아직 방화범이 잡혔다는 이야기는 없네요. 

갑자기 왜 산사태에서 산불 이야기로 옮겨갔을까요? 눈치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 La Canada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폭우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 산불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름에 산불로 몸살을 앓은 지역에 La Canada의 뒷산격인 Angeles National Forest가 들어있었습니다. 산불로 산에 있던 나무들이 홀라당 타버리는 바람에, 산사면이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렇게 고스란히 노출된 산사면이 이번 폭우에 무너져내린 겁니다. 


위의 LA Times Blog의 내용은 바로 그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요약한 겁니다. 망가진 차에, 무너진 담벼락에... 일이 좀 많네요. 그래도 인명피해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 폭우, 산사태, 그리고 산불이 도대체 도시계획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방화범이 도시계획 학생이나 도시계획 관련자였을까요?? 그런건가요?? 

아닙니다. 

이 스테이션 산불이 한참 진행되던 중, LA 카운티 소방국장이 Pat Morrison 이라는 분이 진행하는 Public Radio에 나와서, "무분별한 개발이 이번 산불의 근본 원인 중의 하나" 라는 말을 했습니다. 소방국장이 했던 말의 녹취록은 찾을 수가 없어서 못 올립니다만, 하여간 그런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도시계획적인 고려가 제대로 되지 않은 난개발'때문에 스테이션 산불이 급속히 퍼졌다는 말이었습니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앞으로의 예방대책으로 가장 처음 언급했던 것이 '도시계획 절차' 에서 산불방재관련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보다 더 신중하게 개발을 승인해야한다고 말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관료주의 척결'을 외치는 시장이나 주지사 혹은 도지사들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바로 '도시계획'입니다. 또 실제로 그런 식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구요. 그런데, 바로 그 '도시계획 절차의 간소화'가 바로 사상 유래없는 대화재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면서, 그 주민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간 셈이지요.  사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이런 심의를 빨리 끝내라는 유/무언의 압력을 종종 받습니다. 특히나 '어딘가'에서 전화 한통씩 받게 되면 그런 압박은 더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관료주의타파'를 위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보면, 이런 부메랑을 맡기 십상이기도 합니다. 

도시계획가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다 이렇습니다. 두 극단 사이에서 적절한 중심을 찾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접점을 찾는것이 도시계획가들이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르 코르뷔지에나 제인 제이콥스같이 미래를 향한 비젼을 제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비젼만 제시한다면, 그것도 또한 난감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는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지요. 
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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