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뉴스에 떠들썩하게 새로 등장하기 시작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당히 드라마틱한 제목으로 기사가 연일 나왔었는데요. 한번 보실까요..? 한국 경제신문 뉴스입니다. 

LA市 파산 위기…"공무원 월급 주기도 빠듯"


상당히 자극적인 기사제목이지요? 미국 제2의 도시라는 LA시가 파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재정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장밋빛 예측에 근거해서 살림을 꾸리던 LA시에 폭탄이 하나 떨어진거죠. 아마 한국 실정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파산에 직면한다'라는게 잘 실감이 안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방만한 경영으로 누적되어오던 LA 시의 적자가, 대공황이후 최대라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얻어맞았습니다. 덕분에 애꿏은 시민, 그리고 졸지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공무원들만 속을 앓게 되었네요. 

그런데!!! 바로 이 결정적인 상황에 도화선을 당긴게 무엇인 줄 아십니까..?? 만일,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Global Warming이 바로 이 LA 재정위기를 이 정도로 극대화시킨 이유라면.. 어떻게 들리시나요?? Global Warming 이랑 재정 적자... 무슨 상관이 있는걸까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Assembly Bill 32 (AB 32)라는 법안부터 시작해야겠네요. AB 32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을 보시려면, http://en.wikipedia.org/wiki/Global_Warming_Solutions_Act_of_2006 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보시다시피, 2006년 발효된 캘리포니아 주의 법입니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202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촉발하는 온실가스를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입니다. 

뭐.. 곁가지로치면 수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보수적인 정당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보통 '지구온난화는 개뻥이다' 혹은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자연적인 작용이다', 혹은 '이렇게 정부가 규제하면 안된다' 라는 논리로 이 법안을 결사반대했습니다만, 바로 공화당출신 아놀드 주지사가 서명해서 발효했습니다. 

목적을 보자면, AB 32 야말로 전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아주 훌륭한 법입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늘이고, 온실가스 발생양을 줄여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그러겠습니까? 그리고, 이 법에는 아주 획기적인 조항도 들어있었으니... 바로 이 법에 제시된대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기한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숨어있는 법입니다. 

하여튼, LA의 에너지 사용을 관장하고 있는 Los Angeles Department of Water and Power (LADWP)도 이 법안에 명시된 대로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제출해야했습니다. 이러려면 돈이 필요하지요. 재생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사용한답시고, 바람개비만 돌리도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저런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돈이 더 들어간다.. 그러니 LA의 전기세와 수도세를 인상하겠다. 이런 식의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이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AB 32 위반으로 벌금을 두들겨 맞게 되어있는데요, LA의 경우, 벌금 액수가 수천만불에 달하는 걸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되면, 어짜피 수도세를 인상해야 하는 판이 되는거였지요. 벌금 맞고 수도세 올리느니, 그냥 올려서 AB32 의 요구사항에 미리미리 맞추자.. 뭐 이런 논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LA 시장과 LADWP가 합의해서 가구당 kw당 8센트 정도 올리기로 했지요.


이게 2006년이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문제는 지금이 2010년, 불경기의 한 복판이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LA 주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수도세를 또 올리면 어쩌란 말이냐" 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위에서 이야기한 시장과 LADWP의 합의사항의 인준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자... 이렇게 되면 LADWP는 당연히 열이 받았겠지요? 그래서, LADWP가 LA 시에 이전하기로 되어있던 7천3백50십만 달러의 이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버립니다. 듣자하면 'AB 32 위반 벌금을 내려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저축해야한다...' 는 이야기인데요, 사실은 '기분나빠서 못 하겠다' 라는 식의 반응에 다름 아닙니다. 

일이 이렇게 되버리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의 LA 시가 난리가 났습니다. 잘 나가던 시절 같으면 '그러던가' 라는 식으로 반응했겠지만, 한푼이 아쉬운 판에 7천 3백만 달러는 무지하게 큰 돈이지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LA 시 회계감사관은 '당장 9천만 달러가 없으면 우리는 5월에 파산한다' 라는 긴급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우리 속담에 '불난집에 부채질한다' 라는 아주 훌륭한 속담이 있지요? LA 시장이 딱 그 꼴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으로 열이 왕창 받은 시장님께서는 기자회견을 여셔서 '이 난리 법석 덕분에, LA 시 업무를 일주일에 3일만 보겠다' 라는 폭탄선언을 해버립니다. '모두 진정하고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슬기롭게 대처해야한다' 라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딱 그 반대로 해버리신거지요. 불난집에 제대로 부채질 하는 꼴 아닙니까? 더 웃기는 건, 하루만에 자신의 발언내용을 취소하는 다른 기자회견을 하면서 체면을 왕창 구겼습니다. 


무척 길게 썼는데요.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왜 지구온난화가 LA시의 재정위기와 연관이 되어있는지..?? 이걸 '나비효과'라고 치부하고 넘겨야 할까요..??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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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mses 2010.04.15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비효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뭐.. 여러가지 말이 떠오르네요.
    연관성없는 일이 이러저리 이상하게 엮여서 서민만 죽어나는군요.
    9천만 달라, 작은 돈이 아니지만, 그 돈 없다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파산할 지경이라는 것도 재밌네요.
    정말로 아직 경제가 이렇게 어렵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