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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9 Amanda Levete: Why Architects Know Best
영국 웹진인 것 같은데요, http://www.building.co.uk/story.asp?sectioncode=31&storycode=3156541 에 흥미있는 칼럼이 등장했습니다. 영국에서 꽤 알려진 건축가인 Amanda Levete 가 기고한 글이네요. 이 기고문을 '좀 심하게'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겠네요. 

"건축이 장난도 아니고, 어쩌다가 이렇게 그저그런 건축물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을까? 이런 엉성한 건축물을 솎아내기 위해서는 '건축 대법원' 같은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 물론 이런 '건축 대법원'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실적과 능력을 지닌 건축가나 그에 상당하는 인물들로 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결단을 정치가들이 내려야 한다고 본다" 

사실, 굉장히 흥미있고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제안입니다. 일견으로는 굉장히 흥미있는 제안인 것이, 도시계획 제도는 '미적가치'에 대한 고려를 찾아보기 힘든 관료적 절차가 되어버린지 이미 한참이 되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일전에 소개시켜드린 캘리포니아 주 법원 판결에서는 "'미적 가치'는 infrastructure의 허가과정에 참고할 수 없다" 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할만 합니다. 

물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경험하기도 합니다만, 건축가들이 제안하는 도시계획 방법은 거의 디자인이나 외향에 한정된 내용들이 많아서, 온갖 사회/정치/경제적 문제가 얽혀있는 '도시 현상'을 해결하기에는 그 역량이 못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이미 기존의 도시구조를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 이쁘게 지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축적 기반의 방법에, 저같은 도시계획종사자들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New Urbanism"같은 도시설계 운동에도 거의 비슷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요. 그 비판을 종합하면 거의 위의 논리로 수렴합니다. 물리적 환경의 변화만으로는 복잡다단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New Urbanism 같은 디자인 이론들은 마치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는 점입니다. 

여기의 Ms. Levete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일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도시계획 절차는 결국 시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주의 과정이지, 디자인 Review 광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블로그에서 몇 번 강조한 것 같이, 도시계획도 결국 그 시대에 당면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민주권'에 바탕을 둔 과정을 시민의 손에서 뺏어 소수의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떻게하면 일반 시민 및 대중의 눈높이를 높이고 이해를 증진시켜 더 바람직한 도시계획 과정이나 디자인을 만드느냐에 집중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역사는 수많은 반대사례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에펠탑 건설을 들 수 있겠네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에펠탑을 건설이 결정되었을 때,  파리의 일반 대중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이야기.. 다들 아시지요?? 저명한 작가 모파상은 '그 쪽으로는 얼굴도 안 돌리겠다' 라고 했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모파상같은 지식인도 에펠탑의 가치를 제대로 몰랐는데.. 일반 대중은 오죽하겠냐? 라는 논리가 깔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제가 다시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에펠탑에 견줄만한 도시계획 프로젝트가 얼마나 되느냐..? 라는 점과, 모파상만한 지식인이 얼마나 되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단한 프로젝트를 전문가의 눈과 손에 맡겨 진행했다가 '망한'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가장 최근의 예로 "World's tallest and empties building"인 '버즈 두바이'를 들 수 있겠네요. 

결국, 이 문제는 굉장히 철학적인 문제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칼 포퍼의 논지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Levete의 글에서 '더 똑똑하고 잘난 자가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플라톤의 논리가 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시인가요?
Posted by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