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다시 씁니다. 

조셉 매카시 (Joseph McCarthy)라는 이름 기억하십니까? 그 이름보다는 무지와 억지의 상징이 되어버린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로 더 잘 기억되는 사람입니다. 네. 어느날 갑자기 TV에 나와서 "내 손에 "빨갱이" 명단이 있다"라는 말 한마디로 미국을 반공주의의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그 사람입니다. http://navercast.naver.com/worldcelebrity/history/568 를 보시면 잘 나와있네요. 

이 사람이 Chavez Ravine 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 매카시즘의 광풍속에 Chavez Ravine 에 세우기로 했던 Elysian Park Height Project Housing (저소득층 주거시설)이 '사회주의적' 이라는 비판이 등장합니다. "사회주의적 주택을 반대하는 시민모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Citizens Against Socialist Housing" 이라는 단체가 주장한 이 논리에 넘어간 LA 시민들이 공화당 성향의 Norris Poulson 이라는 인물을 시장으로 선출합니다. 당선되자마자 이 인물이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네. 바로 Elysian Park Height Project Housing 프로젝트 진행을 중단한 일이었습니다. 이게 1953년 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1952년에 '부지확보' 가 끝났습니다. 다른말로 하면 1952년에 집은 다 밀어놓고 평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지요. 땅은 다 밀었는데, 마땅하게 지을 것은 없는 썰렁한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이러고 얼렁뚱땅 넘어가던 중에 1956년, LA시는 Brooklyn Dodger 야구팀에게 LA로의 연고지 이전을 제안합니다. 그러면서 홈 구장 부지로는 바로 이 Chavez Ravine의 공터를 지목합니다. LA의 주민들은 1958년 주민발의안을 통해 야구장 건설 재원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을 승인하고, 1961년 공사를 완공합니다. 바로 이 야구장이 박찬호 선수가 역투했던, 그리고 최희섭 선수에 열광했던 Dodger Stadium 입니다. 이런 역사때문에 요즘도 심심치 않게 Dodger Stadium을 Chavez Ravine 이라고 일컫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재개발에 얽힌 비극적인 사연은 대략 거의 비슷합니다. Chavez Ravine 의 스토리 전개는 거의 비슷하게 용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마치 한국의 막장드라마가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재개발이라는 막장드라마도 거의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도식화해볼까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개발 사업 결정 -> 불충분한 보상 -> 주민 반발 -> 물리적 진압 -> 사고

용산과 Chavez Ravine의 차이가 있다면, 용산의 경우는 끔찍한 인명사고로 결말을 낸 반면, Chavez Ravine은 야구장을 지었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정도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만, 비극은 분명 같은 비극입니다.그 야구장은 누군가의 눈물 위에 지은 야구장이니까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 재개발과정에서 도대체 '공공의 이익'이 뭡니까? 재개발에 과연 그런 "공공의 이익"이 있기나 합니까? 솔직해집시다. '땅값'만 있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게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과연 정의로운 일입니까? 그럼 만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당신의 집을 헐값에 헐어버린다면, 당신은 좋아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얻는것이 더 크지 않냐?"
-> 누가, 어떤 방법으로 그 '얻는 것'을 계산합니까? 용산 재개발의 땅값이 과연 인명보다 소중합니까? 야구장 관중의 기쁨이 Chavez Ravine 주민의 눈물보다 더 소중합니까? 그건 누가 어떻게 계산합니까? 

여러모로 Chavez Ravine은 미국 도시계획가들에게 아픔과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 단어입니다. 약자를 보호해도 모자랄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그 재산을 강탈하다시피 한 생생한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Chavez Ravine을 배워도, 이런 무지몽매스러운 사고방식이 계속 판을 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2년 정도전의 일입니다. 어쩌다가 어느 도시계획과 학생들이 학기말 프로젝트로 작성한 보고서를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고서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의 일환으로 Urban Farm을 만드는 정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LA에서 멀지 않은 Ventura County인근의 농장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면, '교통이 편리한 어딘가' 에 저장/배송 시설을 만들어 전국으로 운반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A devil always hides in the details - 악마는 언제나 세부사항에 숨어있다" 라고 했던가요? 경악스러운 내용은 방법론에 있더군요. 문제의 '교통이 편리한 어딘가'를 결정하면서 LA의 South Central - 저소득층 주거지역 - 을 지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저장/운반시설 건설에 필요한 부지는 Eminent Domain - 토지 강제수용 - 으로 확보하는게 좋겠다는 말이 있더군요. 논리도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토지 가격이 싸니까, 그 만큼 돈도 덜 든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Chavez Ravine에서 우리 도시계획가들이 사용했던 논리와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 논리구조였습니다. 보고서 읽으면서 얼마나 경악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도시계획가들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절망을 안길수도 있으며, 상처를 남길수도 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이론모형, 구호, 숫자 그리고 그림의 이면에는 항상 누군가의 눈물이 있는 법입니다. 아니, 그 눈물은 우리 자신의 눈물일 수 있습니다. Chavez Ravine 공사 당시 LA시 주택국의 도시계획부국장이었던 Frank Wilkinson의 말입니다. 

"It's the tragedy of my life, absolutely. I was responsible for uprooting, I don't know how many hundreds of people from their own little valley and having the whole thing destroyed"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사건은 제 인생의 비극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수백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몰아내고 그 전부를 파괴했던 책임이 저에게 있습니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역사를 망각하는 도시계획가는 어떨까요? 미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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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에서 용산 참사때 돌아가신 주민들의 장례식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용산참사... 다시 말할 필요도 없는 참사요 참극이었습니다. 용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습니다. 정말로 많지요. 그래도 이 블로그에서는 좀 참아보렵니다. 

그 비슷한 사례가 LA에도 있습니다. 

Chavez Ravine. 

LA에서 도시계획 혹은 공공정책을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이름입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꽤 많을 겁니다. 박찬호선수가 역투하던 LA Dodgers 홈구장이 자리한 바로 그곳입니다. 원래는 19세기 Los Angeles County의 Supervisor (감독관 - 시장 비슷한 직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의 이름인 Julian Chavez를 기념해서 이름붙인 LA의 중남미계 거주지역이었습니다. 미국 PBS의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http://www.pbs.org/independentlens/chavezravine/cr.html),  주민들이 직접 학교와 교회를 설립하고 운영했을정도로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비극은 1949년 뜻하지 않게 시작되었습니다. 연방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LA시는 바로 10,000 호 규모의 공공주택단지 (Public Housing Project) 단지 건설을 결정합니다. 이전글에서 소개했던 Jordan Downs Housing Project의 건설과 거의 같은 시기였습니다. 이 신규 1만여세대 Housing Project로 대상지로는 바로 Chavez Ravine 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일단 LA 도심에서 가까운 지리적 위치, 넓은 공간, 그리고 '저렴한' 개발비용.... 거기에 이 Chavez Ravine을 '더러운 멕시칸들이 지저분한 판자집에 득시글거리며 몰려사는 문제많은 동네'로 생각했던 정치인 그리고 도시계획 관련자들의 시선도 한 몫 했습니다. 

1950년 7월, 드디어 시 정부는 Chavez Ravine 주민들에게 자진퇴거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재개발후에 새집에서 멋지게 살 수 있을것이라는 장밋빛 약속도 건네주었습니다. 몇몇은 떠나고, 다른 사람들은 퇴거명령을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주로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거나, 아니면 경제적 형편이 허락치 않는 사람들이 많이 남았다고 합니다. 시 정부는 바로 이 남아있는 주민들을 "Squatter" - 즉 불법 점거인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불법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더 이상 호의를 베풀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시 정부는 보상금 액수를 점점 줄이는 강경책으로 대응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적 여유로 이주를 거부한 사람들의 목을 더 죄는 꼴이었습니다.  이래서 Battle of Chavez Ravine 이 시작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Battle_of_Chavez_Ravine) 결국에는 Eminent Domain (토지수용권)을 행사한 시 당국이 중장비와 경찰병력을 동원, 주민들의 반발을 분쇄하고 강제철거를 완료합니다. 이게 1952년 경의 일입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빠른 시간내에 마무리 짓도록 하지요. 마지막으로 관련된 비디오 하나 올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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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LA '마저도' 대중교통에 상당한 투자를 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Silver Line 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네요. 


LA 인근의 El Monte 부터 Downtown 을 거쳐서 LA 남쪽의 Gardena 를 잇는 노선이네요. 그리고 요즘 새로 생기는 노선들은 전통적인 개념의 Subway가 아니라 BRT (Bus Rapid Transit)입니다. 최근에 생긴 Orange Line도 BRT 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공사중인 Exposition Line도 BRT네요. 반면 Gold Line 이나 Gold Line Extension은 경전철입니다. 

위키디피아 설명이 좀 더 자세합니다. 


보통 정치하시는 분들은 '보기 좋은' 지하철을 선호하십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BRT를 더 좋아합니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거의 같은 교통량을 수송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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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로스엔젤레스 시 분원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지역 출장소라고 해야 하나요.. 하여튼 Satellite office가 살짝 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1월 28일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준공식을 가질예정이라는데요, 오늘은 아마 기자들만 대상으로 한 것 같습니다. 


최근의 추세에 맞추어, 친환경 기법을 많이 도입했네요. 태양열 발전 패널, 옥상 정원, 그리고 우수 중수로도 보입니다. LEED 인증 여부는 이 기사에 안 나왔네요. 이전에 올린 LA County (City of Los Angeles와 County of Los Angeles는 엄연히 다른 기관입니다 - 이것도 언제 한번 써야겠네요)의 Green Building 정책은, 앞으로 건설된 모든 LA County 관공서는 LEED Certification을 얻도록 하고 있었는데요. Los Angeles City는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네요.

총 공사비는 약 1천 4백만 달러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한화로는 약 천 오백억원 정도 되겠네요. 한국에서 한참 이야기가 나왔던 '호화청사' 논란에 버금가는 금액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미국 현실에서는 그런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금액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오랜시간동안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South Central 지역에 새로운 공공투자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선도적 프로젝트들이 좀 있어야 그 지역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공사비가 얼마가 들었던, 충분히 의미를 증명할 수 있다면, 그닥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일국의 대통령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질타할 정도의 사안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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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미국에서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에 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제 포스팅을 알았나요..?? 미국에서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곳들을 차분히 정리해서 올린 글이 있네요. 


영예의 1위를 차지한 Hollywood Freeway (US-101 의 다른 이름입니다)는 제가 출퇴근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도로인데요 - 이 길 정말 시도때도 없이 막힙니다. 

3위인 Washington DC Beltway는 저희 처가집이 있는 곳입니다. 이 곳은 뭐.. 출퇴근 시간에는 항상 막힌다고 봐야지요. 그리고 막히면 그냥 거의 기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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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올렸던 Jordan Downs Housing Project 에 대한 보고서를 Urban Land Institute 에서 작성했네요. 일반적인 도시계획 보고서에 시장조사 보고서까지 첨부되었습니다. 이정도 수준의 보고서를 보기는 참 쉽지 않은데요. 더군다나 Urban Land Institute 같은 저명한 단체에서 발행한 간행물을 보기는 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국에서 쓰는 보고서는 이런 형식이라는 것도 아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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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Planetizen에 재미있는 기사가 났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Urban Rooftop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언급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최근의 도시계획 트렌드로 정보통신기술의 혁신, 아니면 아이폰 같은 것을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이 기사에서는 삭막한 도시공간에 어떻게하면 조금이라도 더 녹색 공간을 창출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Planetizen 링크와 원문 기사 링크를 같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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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전거 사용자가 부쩍 늘어났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LA 중앙일보에 관련 기사가 떴네요. 링크 올립니다. "자동차 왕국" 이라는 LA 의 악명을 조금 벗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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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중계기의 설치가 워낙 보편화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조금 낯선 이야기로 들리시겠습니다만, 미국은 휴대폰 중계기 설치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보통의 경우, 휴대폰 중계기나 중계탑 (통칭해서 Cell tower, 혹은 Cellphone tower 라고 많이 부릅니다)을 설치하는 경우, 그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승인을 반드시 얻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California는 Conditional Use Permit(CUP) 이라는 것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 CUP 라는게, 공청회도 거쳐야 하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할 필요가 있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조금 번거로운 절차입니다. 

그런데, 보통 도시계획승인 절차에서 중요하게 보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계기의 외관이었습니다. "그 중계기의 외관이 그 동네와 잘 맞느냐?" 라는 사항에 신경을 많이 썼더랬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LA 인근의 Palos Verdes Estates라는 Beverly Hills 못지않은 동네에서 Sprint라는 통신회사의 중계기 설치 허가를 "예쁘지 않다" 라며 deny 했습니다.

Sprint는 바로 소송을 제기했고,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서는 ""예쁘지 않다"라는 이유로는 deny 할 수 없다." 라고 판결을 내렸었는데요. 이 판결을 얼마전에 연방 순회법원 (Circuit Court of Appeals) 가 뒤집었네요. 아마도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것 같습니다만.. 일단은 법원에서 도시계획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자세한 기사는 http://oc-apa.org/newsletters/Winter2009_OrangeCountyPlanner.pdf 에 나와있습니다. "Wireless" 라는 기사를 보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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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쓴다고 해놓고 하루 늦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려야겠네요. 그럼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Part I에 올린 LA Times 기사가 나간 후 몇일이 지나지 않아 다른 글이 LA Times 에 실렸습니다. 이번에는 기사가 아닌 Sandy Banks 라는 칼럼니스트가 올린 "Utopian ideals clash with gritty reality in South LA" - 유토피아적인 이상이 South LA의 생생한 현실과 충돌하다 - 라는 글입니다. 원문 링크입니다. 


프로젝트에 연관된 community meeting에 참석했던 Sandy Banks가 meeting 중간에 보았던 일로 시작하네요. 저는 이 첫 장면이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의 도발적인 제목도 이 첫 장면에서 잡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한번 간략히 줄여보겠습니다. 

세시간 가량의 프리젠테이션과 소그룹모임 후에 어떤 주민이 도시계획가 (Planner) 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창문에 안전막대 (Safety Bar) 가 없나요?"

그 그룹을 이끌던 건축가는 눈을 반짝이며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새로운 건축기법의 발달로 창문이나 문에 안전막대같은 것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요" 라는 식의 대답을 건넵니다. 

그러자 그 주민은 잠시 아내와 귓속말로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제 생각에는, 저는 그 비슷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더 마음의 안정을 느끼겠는데요" 라고 말합니다. 다시한번, 도시계획가의 이상이 생생한 저소득층 주거지역의 일상생활과 충돌합니다. 

여러분은 이 장면에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무식한 저소득층 주민 한명이 첨단 건축/도시계획 기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한 해프닝일까요? 아니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계획가/건축가의 실수였나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 볼 때, 개인적으로 후자에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조금 설명을 보태겠습니다. 

제가 이 Watt - Jordan Downs Housing Project 근처에서 일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5년 동안, 제가 참석했던 주민 공청회마다 주민들이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무엇있을까요? Walkability? Urban Design? New Urbanism? 대중교통? 아닙니다. 바로 "안전" 이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이 동네는 전 미국에서 살인사건 발생율로 1,2 위를 다투는 동네이니까요. (참고로, '어디서 날아왔는지 영문도 모르는' 총알에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을 두 사람이나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Noxious 한(멍청할 정도로 순진한) planner는 defensible space 나 읆어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 어느 planner 도 이 '안전' 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도 안했을 겁니다. 했더라도 제인 제이콥스의 이론으로 커버가능하다고 생각했을수도 있겠네요. 하여튼, '안전'이라는 사항은 분명 현란한 도시계획 기법의 홍수 가운데에 묻혀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천진난만한 낙관주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LA 시 주택국의 도시계획 director John King 이 뭐라고 '약속' 하는지 보시지요. 

"I think because of the focus on the people and the programs and the resources that are needed, that it's very much going to be a success," promised John King II, a planning director at the city's Housing Authority.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을 적는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바람에, 글을 적어내려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왜 분노를 느꼈을까요? 여러분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인근 지역에서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저로서는, 이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가 다른 사람도 아닌 planner 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도시계획을 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현실을 모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지요. 그리고서도 뻔뻔하게 presentation에 새로운 건축기법이나 도시계획기법만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었을 planner 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솔직해집시다. 우리 planner 들은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아니 어쩌면 '세뇌' 되었을지도 모르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new urbanism 이든, mixed use든, 아니면 지속가능한 개발이든, 그 지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모두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임을 항상 기억해야합니다. 또한, 도시계획가로서의 직업적 사명을 가지고 약자를 보호해야할 의무도 있습니다. 아랍 속담이던가요? "하늘의 별을 보고 걷다가 구멍에 발을 헛디디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되겠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LA Times 기사 전체는 그런 어리석음으로 가득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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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호근 2010.01.20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통, 시대의 화두죠. 요새 한국 정치를 보면서 위 얘기를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_

    코이카로 에콰도르에 나와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면서 동네주민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않고
    혼자 상상만 하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_''

    •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 2010.01.21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한국 정치뿐 아니라 어디를 대입하더라도 다 맞아 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요? 제 주안점은 '소통' 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도시계획가의 무지 혹은 오만이라는 측면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네요. 현대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나 수단은 넘치지만, 소통 그 자체는 오히려 더 찾기 힘든 시대이니까요.

  2. 나연애미 2012.05.31 0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머리를 망치로 한대 얻어 맞은 것 같군요.

  3. 하린/가빈대디 하린대디 2012.06.01 0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갈 길이 멀지요.

  4.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2013.01.05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Un homme a été placé mardi en garde à vue après la mort lundi soir à la Chapelle-la-Reine, près de Nemours (Seine-et-Marne),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moncler, de sa fille de 6 ans handicapée,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moncler chaquetas, les enquêteurs privilégiant la thèse du "drame familial",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moncler españa, a-t-on appris de source proche du dossier. Ce père de famille, soup,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moncler online?onné d'être l'auteur de l'assassinat de la fillette handicapée, a été placé en garde à vue mardi matin,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a-t-on précisé de même source, http://www.moncleroutletespain.com/ moncler outlet, ajoutant qu'il "était toujours en garde à vue" mardi soir. Selon cette source, les premiers éléments de l'enquête laissent penser à un "drame familial" avec un père de famille en charge de cette fillette au "handicap lourd", qui était "scolarisée en institut spécialisé pour jeunes handicapés" et qui "rentrait chez elle tous les soirs", a-t-on ajouté de même source. Une autopsie devrait être pratiquée pour conna?tre les circonstances du drame et l'enquête a été confiée à la gendarmerie.Related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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